(투자공부) 버블의 역사

2021. 5. 22. 17:17주식공부/투자원칙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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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블 역사

1. 최초의 버블, 네덜란드의 튤립버블  (1736 ~1737)

튤립 버블

급등하던 튤립 가격은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99% 폭락한다.

2. 아이작 뉴턴마저 돈을 날린 남해버블  (1719 ~1720)

남해버블
남해버블 당시 남해회사주가

남해회사의 주가는 6개월 동안 10배 상승했다. 주당 가격은 1720년 1월 100파운드에서 6월 24일 최고치인 1050파운드로 치솟았다.

당시는 산업혁명 태동기였고 잉글랜드 은행이 막 설립된 초기였다. 은행이 돈을 보관해주고 또 불려줄 거라는 환상, 또 석탄 공급, 비누 제조 등 뭔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영국 사회에 만연했고 남해회사 주식 폭등은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중력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 역시 남해회사에 투자해 2만 파운드를 잃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

남해 주식으로 돈을 번 유명인도 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이때 번 수익금으로 왕립 음악 아카데미를 설립했으니 거품을 현명하게 이용한 사례도 있기는 하다.

3. 프랑스 대혁명의 계기까지 만드 미시시피 거품붕괴 (1719 ~1720)

발단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흥청망청 돈을 써 막대한 빚을 남기고 사망한 데서 비롯된다. 파산 위기에 몰린 프랑스를 섭정하던 필리프 2세는 네덜란드에서 첨단 금융기법을 배우고 돌아왔다는 이민자 출신 존 로가 제안한 통화 공급 아이디어를 덥썩 받아들인다.

로는 토지은행을 설립해 땅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면 상업과 무역이 살아날 거라고 믿었다. 로의 제안에 따라 1716년 프랑스 최초의 은행인 '방크 제네랄'이 설립되고 경제가 부활하기 시작한다.

아메리카의 루이지애나 식민지 개발권과 교역권을 독점 소유하는 '미시시피'라는 회사를 세우고 주식을 일반에 공모하자는 것이다. 주식 매각대금을 프랑스 국채로 받겠다는 로의 제안은 필리프 2세의 마음에 들었고 필리프 2세는 로의 계획을 승인한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었다. 돈이 있든 없든 일단 주식을 사야했다. 왜냐하면 물가가 그만큼 뛰어서 화폐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통화량이 4배 늘었고, 빵과 우유 등 식량값은 6배, 옷값은 4배 올랐다. 1718년 300리브르에 불과하던 주식 가격은 1719년 2만 리브르까지 치솟았다. 이 와중에 존 로는 프랑스 재무총감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지만 공급이 문제였다. 주가가 오르자 프랑스 정부는 주식 발행을 남발해 시장에는 불안 요인이 싹트고 있었다. 1720년 6월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이후 미시시피회사 주식은 순식간에 수백 리브르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격분한 시민들이 들고일어서자 로는 재무총감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시시피 거품 붕괴는 프랑스 재정을 거덜냈고 물가 불안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곳곳에서 봉기했다. 정부는 세금 제도를 개혁하려 했지만 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갈등이 극심해지고 이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진다.

미시시피 거품 붕괴 이후 프랑스에서는 아메리카의 '미시시피'가 쓸모없고 손해만 입히는 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래서 프랑스는 1803년 (현재 미국 본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땅인)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아버린다.

4.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었던 도쿄 땅값, 도쿄 버블 (1980년대 중후반)

일본 자산버블

1988년 일본 기업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시가총액 세계 50대 기업 중 무려 33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시가총액 1위 NTT의 시가총액은 2위 IBM의 3배가 넘었고, 당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았다. 심지어 일본의 GDP가 나머지 아시아 전체 국가의 GDP보다 컸다. 부동산 가격도 치솟아 도쿄 땅을 팔면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1989년 일본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고 소비세를 신설하면서 거품 경제는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산 가치가 폭락한 이후 일본 증시와 부동산은 여전히 그때의 가격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5. 회사이름에 닷컴이 들어가면 무조건 폭등 (2000년 무렵 나스닥 닷컴버블)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세기 말에는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닷컴 버블이 발생한다. 미국의 나스닥, 한국의 코스닥, 독일의 노이어 마르크트 등에 상장된 IT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가 한순간에 폭락했다. 잠재력 큰 신흥기업 육성을 위해 출범한 세 증시는 거품이 꺼진 뒤 후유증을 크게 앓았고, 독일의 노이어 마르크트는 결국 2003년 시장 자체가 폐지되고 만다

수익은커녕 매출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단지 가입자가 늘어나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대표적인 회사들이 코즈모닷컴, 부닷컴, 펫츠닷컴 등이다. 한국에서는 골드뱅크, 장미디어, 드림라인, 새롬기술 등이 초창기 대표적 인터넷 거품주였다. 회사 이름에 '닷컴'이 들어가거나 인터넷을 의미하는 뉘앙스가 묻어 있으면 별다른 호재 없이도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가 전략적으로 벤처기업 육성책을 펴면서 코스닥 시장이 달아올랐다. 바이코리아펀드, 박현주 펀드 등이 애국심 마케팅을 펼치면서 부도난 한국의 미래는 오직 IT 산업에 있다는 믿음이 거품을 키웠다. 당시 골드뱅크와 드림라인의 PER(주가수익비율)는 무려 9999배에 달했다.

 

6. 서브프라임 버블, 죽은사람에게까지 집담보 대출 (2003 ~ 2006)

가장 최근의 거품은 2000년 중반 미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부동산 버블은 닷컴버블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닷컴 버블에서 빠져나온 돈들이 가장 안정적인 자산인 미국 국채에 몰리자 2001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 국채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선언을 해버린다.

이 한마디에 시장은 출렁거렸고 갈 곳 잃은 돈들이 저위험 고소득 투자처를 찾아 CDO(부채담보부증권)에 몰려들었다. 처음에 CDO는 프라임 등급을 가진 고객의 주택담보 대출이 다수였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은 상품이었다.

거품의 형성과 그 몰락은 언제나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비롯된다. CDO로 돈이 몰리자 2003년 투자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고객에게도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입이 없는 고객들에게까지 집을 사라며 돈을 빌려줬다. 연준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으니 비록 고객의 수입이 없더라도 집값 상승분만큼 은행들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어찌나 대충했는지 심지어 죽은 사람이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2006년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절정에 달했다. 자산 규모는 2조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CDO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여기 투자한 수조 달러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결국 2008년 9월 160년 역사의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해 투자은행들이 하나둘 파산하며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져들었다.

7. 가상화폐, 코인 버블

아직 진행중이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이 위험해 보인다. 다른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크게 줄 정도로 버블이 상당하다.

8. 자산 거품 현상의 세가지 공통점

첫째, 장밋빛 전망 가득한 스토리가 투자자들에게 밝은 미래가 올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심어주었다는 것. 튤립은 부유층으로 신분 상승하는 지름길이었고, 남해회사는 보물을 실어올 기세였으며, 미시시피회사는 식민지에 미래가 있다고 설파했고, 일본은 미국을 곧 추월할 거라고 믿었으며, 닷컴 기업들은 당장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떠들어댔다.

둘째, 자산 가치가 이미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보는 것 같은 광기 어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 인간은 군집 동물이다.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진화를 통해 인간의 DNA에 박힌 속성이다. 거품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다. 주식이 오르고 집값이 오를 때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흥분 상태가 된다. 미디어는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 쓴다. 그러면 흥분은 전염된다. 자산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돈값이 폭락한다는 뜻이니 돈을 들고만 있는 사람은 바보라고 부추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느 순간 거품이 잔뜩 낀 주식의 막차를 타고 있다. 1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투자에 동참했다는 뉴스가 뜰 때 우리는 그것이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모두가 이성을 차릴 때는 이미 늦었다. 거품은 인간의 광기를 먹으면서 큰다.

셋째, 거품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는 것. 튤립, 보물선, 식민지 개척, 도쿄 부동산, 인터넷 기업, 서브프라임 CDO까지 거품의 대상은 늘 새롭다. 개별 인간은 어리석을지 모르나 인간 집단은 꽤 영리해서 '뉴페이스'가 아니면 잘 속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대형 버블일수록 그럴듯한 뉴페이스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공교롭게도 비트코인은 참신한 뉴페이스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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