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사나감자.주식의 가치평가 전에 싸다는 건 뭔가?

2021. 5. 9. 17:37주식공부/투자원칙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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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가치평가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의문이네.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방법은 간단한데, 실천은 무지 어렵다. 왜냐하면 '싸다'라는 개념 자체가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들이 다시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노출되어 있는 심리적 편향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수이시라면 마지막 단락만 봐주셔도 되겠다.

심리편향 = 뇌기능상 인간의 생각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게 되는 현상

1.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비싸다?

최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는 489,500원이고, 네이버는 355,500원이다. 그러므로,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비싸다는 말은 맞다. 네이버 전체 시총이 60조이고 카카오는 43조이니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비싸다라고 말하는 만큼이나 옳다. 샘표식품은 48,000원이니 엄청 싼 것이고, 국순당은 8,000원이니 엄청엄청 싼 것이다. 1,000원이 안되는 주식들을 가르켜 '동전주'라고 한다. 싸도 싸도 너무 싸기 때문이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싸다'라는 표현은 이제부터 하지 말자. 돈 버는 데 방해된다.

2. 'PER 5'는 싸고 'PER 50'은 비싸다?

PER 5는 현재 가격이 1년간 벌어들이는 이익의 5배라는 얘기고, PER 50은 50배라는 얘기다. 그러니 5배가 50배보다 싸다는 말은 맞다. 그렇다면 도대체 PER 얼마가 기준인가? 무위험이자율에 시장프리미엄을 더해서 역수를 취하면 그것이 기준인가? 아니면 산업평균이 기준인가? 그 기준보다 낮으면 싼 것인가? PER 5이든 50이든 상관없이 곧 망할 기업이라면 모두 비싼 가격이다. 제2의 테슬라라면 전 재산을 투자해야할만큼 싼 가격이다. PER가 무한대인데도 개당 1억을 향해 달려가는 빗코인도 있다.

3. 1년 간 줄곧 폭락했으니 싸다?

그래프1. 무지 싸지 않은가?

인바디의 18'~19' 주봉차트이다. (인바디 주주님들은 오해 없길 바란다. 저도 인바디 충성주주이다) 5만원에서 수직낙하하여 반토막이 났다. 엄청 싸지 않은가? 4~5만원에 산 사람들이 적지 않을텐데, 그렇게 비싸게 산 분들을 생각하면 무지 싼 가격이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를 보자.

그래프2. 상기 그래프1의 무지 쌌던 가격이 무너짐

반토막 났던 가격이 또 반토막 나서 15,000원이 되었다. 싼 것과 비싼 것의 기준은 25,000원인가? 이제 새로운 기준이 생긴 것인가? 15,000원보다 올라가면 다 비싼 가격이 되는 것인가? 그래프 구경하는 김에 좀 더 해보자.

그래프3. 엄청 비싸짐

이 기록을 남기는 현재시점의 가격은 19,000원이다. 15,000원에서 바닥을 찍고 4개월째 씩씩하게 줄곧 상승했다. 쌀 때 샀어야 했는데. 이제 너무 비싸졌나?

그래프4. 아직 마이 쌈

지난 3년 간의 주가그래프이다. 4개월째 급격히 올랐지만 아직 많이 싸다. 더 급하게 올라야 한다. 이런 속도로 더디게 올라서는 3년 올라봐야 이전 가격까지 회복하지 못한다. 그만큼 말도 안되게 싼 가격인 것이다. 위 4개 그래프에 대해서 한 말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분석을 할 때 절대 '싸다'라는 말을 쓰지 말자. '닻내리기 편향'은 나의 수익을 반의 반토막으로 만든다.

정리해 보자. 1주당 금액이 1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싸고 비싼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PER가 낮건 높건 싸고 비싼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과거의 주가가 높았건 낮았건 싸고 비싼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싸다'라는 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위 세 가지의 경우에는 안쓰는 것이 좋다. 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남으니까. 적정기업가치와 적정PER을 계산할 수 없다면 싸고 비싸고를 논할 수가 없다. 또, 과거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살 수도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에 사서 미래에 판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해서 살짝 허무한 분들을 위해 두 가지 논점을 덧붙인다. 첫째, 싼 지 비싼 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치평가는 스스로 주관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 자체만로는 무용을 넘어서서 유해하다. 왜냐하면 가격은 내가 아닌 시장참여자들의 주관적 가치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주식이 싼 것과 기업이 싼 것은 별개의 이슈이다. 즉, 기업가치를 발행주식수로 나눈 것을 1주의 적정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반드시 주관적인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현재주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해서 나온 시총으로 기업을 사고 팔 오너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주가는 기업의 진짜 가치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1인이 가진 100만주의 가치는 100인이 가진 1만주를 모두 합친 가치보다 많이 크다. 혼란스러워하실 초보님과 발끈하실 전문가님들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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